다슬기, 민물회 즐기시나요? 소장 넘어 대장까지 파고드는 '신종' 기생충의 습격

 위생 수준의 향상으로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가 된 줄 알았던 기생충의 공포가 2024년 대한민국을 다시 덮쳤다. 국내에서는 거의 박멸된 것으로 여겨졌던 희귀 기생충이 1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체 감염 신고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해외여행의 보편화, 유기농 및 날것을 선호하는 식문화의 변화, 반려동물 인구 증가 등 현대인의 생활 방식 변화를 틈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기이하고 새로운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건의 발단은 최근 내과를 찾은 60대 여성 A씨의 사례다. A씨는 수개월간 원인 모를 위장관 불편감과 소화불량,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증상에 시달렸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던 의료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A씨의 대장 속에서 꿈틀거리는 성충 4마리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연구소의 정밀 분석 결과, 이 기생충은 국내에서는 극히 드문 흡충류의 일종인 '이전고환극구흡충(Echinostoma cinetorchis)'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전고환극구흡충' 감염이 국내에서 공식 보고된 것은 2014년 이후 무려 10년 만의 일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발견 위치였다. 대부분의 흡충류가 소장에서 기생하는 것과 달리, 이번 사례에서는 소장 말단뿐만 아니라 대장에서까지 성충이 발견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는 기생충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인체에 적응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해당 사례의 학술적 가치와 경고의 의미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 학술지 '신종 감염병(EID)'에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생충 감염 신고는 2014년 3296건에서 2024년 551건으로 10년 새 80% 이상 급감했다. 하지만 이 통계의 이면에는 더 교활하고 예측 불가능한 '희귀 기생충'의 역습이라는 함정이 숨어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야생 나물 채취나 텃밭 가꾸기 중 흙에 오염된 기생충 알에 노출되는 경우 ▲다슬기, 은어, 민물 게 등 민물 생물을 날것으로 먹거나 덜 익혀 먹는 경우를 주요 감염 경로로 지목한다.

 

설상가상으로, "기생충이 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등 과학적 근거가 전무한 불법 건강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퍼지며 취약계층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보 접근성이 낮은 노인이나 환자, 장애인들이 이런 허위 광고에 현혹되어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기생충 감염은 인체의 영양분을 빼앗고 심각한 염증 반응과 합병증을 유발하는 명백한 질병이지, 결코 건강 비법이 될 수 없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전국 17개 지부에서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기생충 감시 활동을 벌이는 한편, 질병관리청과 협력하여 국가 감염 실태조사에 참여하는 등 보이지 않는 위협에 맞서 방역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잊혀가던 기생충의 귀환은 우리에게 방심은 금물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나의 건강한 생활 습관이 사실은 감염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음식물은 반드시 익혀 먹고 출처가 불분명한 민간요법을 맹신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