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권한 놓고 美 정부-법원 공방 가열

로이터가 입수한 미 무역대표부(USTR)의 서한 초안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상대국에 대해 자국산 공업 및 농업 제품에 대한 관세율, 쿼터(수입할당량), 비관세 장벽 개선 계획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의 주력 산업 제품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실질적인 이행 가능성과 범위를 포함해 평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서한에는 디지털 무역과 경제 안보에 대한 약속 또한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교역이 글로벌 무역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의 기술 및 데이터 주권 보호를 협상 우선순위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 같은 디지털 분야의 조건은 단순한 상품 교역을 넘어 경제 체계 전반의 구조 조정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며칠 안에 검토를 마치고, ‘합의가 가능한 범위(possible landing zone)’를 제시할 방침이다. 이 범위에는 각국에 적용할 수 있는 상호관세율 등 실질적 조건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상대국의 양보를 전제로 한 상호적 협상 방식을 구체화한 것이다.
다만, 이 서한이 어떤 국가들에 전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로이터는 유럽연합(EU), 일본, 베트남, 인도 등이 현재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인 주요 대상국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으로 다양한 지역 블록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단기간 내에 도출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특히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7월 8일로 다가오면서 협상에 대한 긴박함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실질적인 합의를 이뤄낸 나라는 영국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종 합의라기보다는 향후 협상을 위한 기본 틀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무역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번 ‘최상의 제안’ 요청은 사실상 최후통첩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미국은 협상 상대국의 응답에 따라 향후 관세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USTR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주요 교역 파트너들과 생산적인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며, 현재 시점에서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다음 단계를 정리하는 것이 모든 당사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여전히 협상 타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더 이상 시간적 여유는 없다는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관세 정책의 법적 기반을 둘러싸고 사법부와의 갈등도 겪고 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 5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법원에 판결 효력 정지를 요청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번 판결은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두 개 업체가 제기한 소송에 국한된 것이지만,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이 기존에 내린 판결보다 더 강한 제약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USCIT는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전 세계에 무한정 관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아예 그 권한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법 판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무역 협상 전략에 중대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행정부는 해당 판결이 각국과의 협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법부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가오는 7월 8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미국의 무역 전선은 정치·외교·법률적 갈등이 얽힌 복합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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