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114%, 전국은 시위…마크롱이 던진 '39세 무명' 총리 카드, 통할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절체절명의 정치적 위기 속에서 마침내 자신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라 불리는 최측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39)를 총리로 임명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하원 불신임으로 단 89일 만에 낙마한 직후 이뤄진 이번 인사는, 단순히 공석을 메우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마크롱 집권 이후 단 한 번도 내각을 떠나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자, '밀실 정치의 달인'을 전면에 내세워 국가 부채와 정치적 교착 상태라는 두 개의 거대한 폭풍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대통령의 절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프랑스 정치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7년 최연소 장관으로 발탁된 이후 국방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마크롱의 '그림자 실세' 역할을 해왔지만, 그의 진짜 모습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흔한 SNS 계정 하나 없이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아 대중적 인지도는 '무명'에 가깝다. 그의 정치적 롤모델인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의 "할 말이 없으면 말하지 마라"는 가르침을 신조처럼 따르는 그의 성격은 "신중하고 비밀스러우며 충성심이 강하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하지만 그의 조용한 행보 뒤에는 복잡한 난제를 풀어내는 '문제 해결사'로서의 면모와 합의를 중시하면서도 목적을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전략가'의 모습이 숨어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과 두 차례나 비공개 만찬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그가 이념을 넘어 실리를 추구하는 그의 정치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마크롱이 이처럼 대중에게 낯선 '비밀 병기'를 꺼내든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프랑스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재정 위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14%에 달하며, 유로존 최악의 재정 적자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르코르뉘 내각의 최우선 과제는 당장 10월 7일까지 제출해야 할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이 위기를 타개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그가 대규모 지출 삭감이라는 고통스러운 방식보다는 증세를 통해 재정 적자 축소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해결사' 르코르뉘의 앞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와 조기 총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증세를 포함한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재정 개혁안이 순순히 통과될 리 만무하다. 이미 프랑스 전역에서는 "Bloquons tout(모든 것을 막자)"는 구호 아래 도로를 막고 불을 지르는 격렬한 시위가 번지고 있다.

 

결국 르코르뉘의 임명은 마크롱의 마지막 도박이다. 정치적 교착 상태라는 외통수 속에서, 그의 '조용한 카리스마'와 '밀실 협상 능력'이 과연 분노한 민심과 거대 야당의 저항을 뚫고 프랑스를 구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그 역시 성난 불길에 휩쓸려 사라지는 또 한 명의 단명 총리가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