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맹'의 배신…현대차 공장 한국인들, 하루아침에 범죄자 취급받고 전세기로 '강제 귀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넜던 한국인 근로자들의 꿈이 '아메리칸 나이트메어'로 전락했다. 한미 경제 동맹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약 300명이 결국 '자진출국'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의 강제 추방 절차를 밟게 됐다. 이들은 현지시간 10일 오후,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전세기에 몸을 싣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사건의 전말은 충격적이다. 조지아주 남부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갇혔던 이들은, 베이지색 수용복을 입은 채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들이 주로 접한 음식은 '콩'으로 만든 음식이었으며, 장시간의 대기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극심한 불편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석방 절차가 시작되자마자 수용복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약 428km 떨어진 애틀랜타 공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 한국행 전세기에 오르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사들은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현지에 남겨진 짐을 모아 한국으로 보내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사태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들의 귀국이 모든 문제의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이들이 '자진출국' 형식으로 미국을 떠나는 만큼, 향후 미국 입국이 제한되는 등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 정부와 필사적인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민법 해석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미묘한 시각 차이로 인해, 귀국 후에도 개개인에게 닥칠지 모를 불이익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안갯속 형국이다.

 


특히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구금 초기에 벌어진 아찔한 상황이다. 구금된 직원 중 일부가 미국 정부가 제안한 '1000달러(약 140만원) 보상금 수령'과 '10년 입국 제한'이 포함된 서류에 서명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불법체류자의 자진출국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정책으로, 이 서류에 서명하는 것은 스스로 '불법 체류'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치명적인 소지가 있었다. 140만 원을 받는 대가로 10년간 미국 땅을 밟지 못하게 되는 '덫'에 걸릴 뻔한 것이다.

 

다행히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우리 영사들이 미국 당국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고, 협의 끝에 이미 서명된 문서는 '무효'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 모든 불안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한번 서명했던 기록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불이익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K-배터리'의 심장부를 건설하러 갔던 평범한 근로자들이 한순간에 범법자 취급을 받고, 굴욕적인 수감 생활 끝에 쫓겨나듯 돌아오는 이번 사태는 한미 경제 협력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