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리터인 줄 알았는데 600ml?"…'국민 주스' 쥬씨의 충격적인 배신, 그 후

2010년 건국대 앞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쥬씨는 '1ℓ 생과일주스'를 '1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청과물 시장 경험이 있던 대표가 구축한 '산지 직거래' 유통망은 B급 과일을 저렴하게 대량 확보하는 비결이었고, 이는 곧 '가성비'라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딸바(딸기+바나나)' 신드롬을 일으켰고, 여름이면 수박주스가 하루 50여 일 만에 80만 잔이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이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15년 법인으로 전환한 쥬씨는 본격적인 가맹 사업에 뛰어들었다. 7천만 원 내외의 소자본 창업, 간단한 메뉴 구성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이었고, 가맹점은 2016년 무려 805호점까지 늘어났다. 매출은 단 1년 만에 97억 원에서 433억 원으로 4배 이상 급증하며 '성공 신화' 그 자체를 써 내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다. 쥬씨의 성공을 지켜본 '쥬스식스', '떼루아' 등 미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출혈 경쟁이 시작됐다. 여름에 매출이 집중되고 겨울에는 30% 이상 급감하는 생과일주스 전문점의 구조적 한계, 과일 원가 급등과 경기 침체 같은 외부 요인도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쥬씨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결정타는 외부에 아닌 내부에 있었다. 정점을 찍은 지 불과 1년 만에, 브랜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치명적인 논란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첫 번째는 '용량 사기'였다. '1ℓ 생과일주스'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실제 컵 용량은 830㎖에 불과했고 음료는 그보다도 적은 600~780㎖만 담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허위·과장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600만 원을 부과받으며 소비자 신뢰에 첫 번째 균열이 생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MSG 주스' 논란이 불거졌다. '생과일 100%'를 내세웠지만,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한 '쥬씨믹스'에 MSG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 '건강한 생과일주스'라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일부 매장에서 믹서기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고 남은 주스를 재사용한다는 위생 문제까지 보도되면서 소비자들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쥬씨는 브랜드 로고와 인테리어를 교체하고, 샌드위치 등 사이드 메뉴를 도입하며 이미지 쇄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2017년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적자 행진이 이어졌고, 800개가 넘던 가맹점은 2023년 245개, 현재는 100여 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433억 원에 달했던 매출은 41억 원으로 10분의 1 토막이 났다.
현재 본사인 '쥬씨주식회사'는 '고망고', '차얌' 등 제2의 브랜드를 내세우고, 심지어 '호랑이초밥', '뚝딱설렁탕' 등 외식 브랜드까지 선보이며 사업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브랜드도 과거 쥬씨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신선함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거짓'과 '배신'이라는 칼날이 되어 스스로를 찌른 비극. 쥬씨의 몰락은 소비자 신뢰를 잃은 브랜드의 말로가 얼마나 처참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아픈 사례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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