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마'가 드러낸 80년대 충무로의 추악한 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는 1980년대 한국 성인영화의 대명사 '애마부인'을 모티브로 당시 충무로와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지난 22일 공개된 이 시리즈는 80년대 에로영화 열풍 속에서 스포트라이트 이면의 불편한 진실과 맞서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작품은 당대 톱스타 '정희란'(이하늬)과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신주애'(방효린)의 대립 구도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여배우들의 기싸움으로 보이던 서사는 점차 충무로의 권력 구조와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파헤치는 시대극으로 발전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캐릭터가 바로 신성영화사 대표 '구중호'(진선규)의 애인 '황미나'(이소이)다.

 

미나는 배우가 되기 위해 스무 살에 서울에 상경한 지방 출신 소녀로 묘사된다. 그녀는 성공을 위해 나이 많은 제작자와의 관계도 마다하지 않으며, 심지어 권력자들에게 상납되는 것조차 감내하며 오직 '데뷔'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그녀의 맹목적인 욕망은 결국 권력층의 만행 속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미나의 죽음이 극 중 인물들 간의 갈등 관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전환점이 된다는 것이다. 희란과 주애는 미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음에도, 그녀의 비극적 죽음은 두 여배우가 부패한 권력 구조에 맞서 싸우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개연성이 다소 부족할 수 있으나, 미나의 희생은 시청자들에게 분노의 정당성을 충분히 제공한다.

 

'애마'가 그려내는 군사 독재 시절 연예계의 권력형 성상납 문제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문제다. 2009년 연예계와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이나 2018년 전 빅뱅 멤버 승리(이승현)가 연루된 '버닝썬 게이트' 같은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권력자들의 행태는 허구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애마'가 보여주는 미나의 이야기는 단순한 픽션이 아닌, 우리 사회에 여전히 숨어있을지 모르는 '제2, 제3의 구중호'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애마'는 에로틱 코미디를 표방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연예계의 어두운 권력 구조와 성상납의 실체를 고발하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미나와 같은 희생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품 전반에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