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들을 '자발적 착취'로 몰아넣는 플랫폼의 민낯

 "돈보다 생명이 귀중하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하게, 배달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사망은 계속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산재 사망 근절 의지를 밝혔지만, 불과 이틀 뒤인 7월 31일 서울 반포역 인근에서 배달 노동자가 사망했고, 닷새 뒤인 8월 5일에는 또 다른 배달 노동자 김용진씨(45)가 버스와 충돌해 목숨을 잃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2022년부터 2024년 8월 기준 3년 연속 산업재해 승인 건수 1위를 기록했다. 2024년 기준으로는 2위인 대한석탄공사(434건)보다 3배 이상 많은 산재가 발생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유상운송 이륜차 교통사고 사상자 발생률은 개인·업무용 이륜차 운전자 대비 20배나 높은 수준이다.

 

배달 노동자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플랫폼들의 '미션 제도'와 '등급제' 때문이다. 7년차 배달 노동자 전성배씨(38)는 "기본 배달료만으로는 도저히 감가상각비, 유류비 등을 감당할 수 없다"며 "미션이 뜨면 그 시간 안에 완료하려고 미친 듯이 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3시간 동안 9건의 배달을 완료해 2만원을 받았지만, 11건을 완료했다면 미션 리워드 3만3000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은 2015년 이래 기본요금을 3000원으로 동결해왔고, 지난 4월에는 '바로배달' 서비스의 기본배달료를 지방의 경우 2200원까지 낮추었다. 기상 할증도 1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었다. 전씨는 "미션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기본 배달 단가를 낮추면서 미션의 비중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 플랫폼들의 '등급제' 또한 노동자들의 무리한 배달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배달의민족은 노동자들을 배달 건수와 일수에 따라 마스터부터 골드까지 4등급으로 나누고 있으며, 최고 등급인 마스터 등급을 유지하려면 월 750건, 25일 이상 배달해야 한다. 쿠팡이츠도 2주마다 배달 실적을 바탕으로 등급을 부여하고 수수료 추가금을 차등 지급한다.

 


사망한 김용진씨는 쿠팡이츠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골드플러스 등급을 유지해오던 라이더였다. 이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사고 전날 14시간 동안 배달을 했고, 충분히 쉬지 못한 채 이튿날도 배달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플러스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직전 2주 누적 400건 이상, 매주 최소 100건 이상 배달, 수락률 90% 이상' 등의 조건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배달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에도 불구하고,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가 5명 이상 근무하는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았다면 업체들이 긴장해서라도 배달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노동자들은 배달플랫폼업종을 산재 감축 최우선 업종으로 지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을 비롯해 기본운임 인상과 안전운임제 도입, 라이더자격제 실시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현재 알고리즘이라는 이름하에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 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전혀 공개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알고리즘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