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도 반한 유선 이어폰, 젠지 세대 패션의 완성템으로 등극

이러한 유선 이어폰의 재부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해석된다. 당장 음악을 듣지 않아도 바지 주머니나 가방 한쪽에 무심하게 걸쳐 놓거나, 혹은 귀 한쪽에 길게 늘어뜨려 착용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꾸안꾸' 트렌드와도 맞물려, 유선 이어폰은 힙한 감성을 더하는 '패션 치트키'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멤버들의 영향력은 유선 이어폰 부활의 기폭제가 되었다. 지난 20일, 제니는 자신의 SNS에 바르셀로나 공연을 마친 후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진을 공유했는데, 이때 블루투스 이어폰 대신 유선 이어폰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어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이는 복고적인 느낌과 동시에 제니 특유의 힙한 스타일 감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사실 제니가 유선 이어폰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출국할 때마다 애플의 유선 이어폰을 착용해 '제니 이어폰'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같은 그룹의 로제 역시 패션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줄이 달린 클래식한 이어폰을 선호한다"며 직접 자신의 가방에서 유선 이어폰을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블랙핑크, 한소희, 문가영, 이효리 등 많은 유명인들이 유선 이어폰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10대와 20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선 이어폰은 '힙'한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의 복고풍 유행과 유선 이어폰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과거 '구식'이라는 인식이 '세련됨'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유선 이어폰의 인기는 단순히 패션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충전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이어폰과 달리, 유선 이어폰은 충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압도적인 편의성을 제공한다. 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 충전 걱정 없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으로 부각된다. 또한, 무선 이어폰에 비해 분실 위험이 현저히 적고, 헤드셋처럼 무겁지 않아 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점도 실용적인 매력으로 꼽힌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10~20만원대의 무선 이어폰 대비 유선 이어폰은 반의 반값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젊은 층에게 더욱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 일부 마니아층은 유선 이어폰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음질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러한 유선 이어폰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고가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명품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젊은 층의 트렌드에 맞춰 명품 브랜드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샤넬은 지난해 7월 공개한 '샤넬 프리미에르 사운드 워치'를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시계와 목걸이, 그리고 이어폰을 결합한 '하이엔드 테크 액세서리'로, 가격이 무려 약 2030만원에 달해 큰 화제를 모았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즐겨 찾는 젊은 세대에게 이어폰은 이제 옷이나 다른 장신구처럼 일상적인 착용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 또한 이어폰 등을 통해 고가 기술 액세서리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선 이어폰은 단순한 음향 기기를 넘어, 패션과 실용성을 겸비한 '힙'한 아이템으로 성공적으로 재탄생했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유선 이어폰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패션과 IT 기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대 소비 트렌드의 단면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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