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서 슬금슬금 정리 중.."부평공장 일부 매각 결정"

이번 발표는 GM 본사가 직접 운영하던 정비망을 해체하고, 본사의 자산 일부를 정리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부평공장은 트레일블레이저가 생산되는 부평2공장만 가동 중이며, 부평1공장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다. 이에 따라 해당 부지의 일부 매각은 GM의 한국 내 생산 활동이 점차 축소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헥터 비자레알 사장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센터의 운영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자들과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의 이러한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부터 시행된 미국 자동차 관세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 2024년 4월부터 본격 시행된 25%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한국GM은 최대 피해 기업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한국GM의 연간 수출 물량 약 41만 대 중 85% 이상이 미국 수출에 해당하며, 전체 매출 및 영업이익의 90% 이상도 미국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내수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출이 위축되면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GM 본사의 해외 시장 철수 패턴도 '한국 철수설'을 뒷받침한다. GM은 비용 구조의 변화나 수익성 악화가 감지되면 빠르게 생산 기지를 철수해 왔다.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 시장 철수가 그 예다. 심지어 2018년 군산공장 철수는 유럽 철수 결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단행되기도 했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 보면 현재 한국GM이 진행 중인 자산 매각과 운영 축소는 철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더불어 헥터 비자레알 사장의 이력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2019년 동남아시아 사장으로 임명된 이후, 인도네시아 철수와 태국 공장 매각을 지휘했다. 초기에는 신차를 현지 시장에 공격적으로 도입했지만, 이후 본사의 방침에 따라 현지 철수 작업을 실행에 옮긴 전력이 있다. 그런 그가 한국GM의 수장으로 부임한 이후 자산 매각을 결정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시각이 업계에 널리 퍼지고 있다.
이번 자산 매각 결정은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 당일, 노조에 사전 통보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파장을 키웠다. 한국GM 노조는 "글로벌 GM 긴급회의로 인해 헥터 비자레알 사장과 로버트, 아쉬프 부사장이 불참한다고 통보했다"며, "이는 일방적 통보이며, 상견례 연기 요청에 대한 공식 회신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결정을 2027년 말 한국 정부와의 협약 종료를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자산 매각이 진행된 당일 GM 본사는 미국 내 엔진 공장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외신 오토모티브뉴스 등에 따르면 GM은 내연기관 엔진 생산 증대를 위해 뉴욕주 버팔로의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8800만 달러, 한화 약 1조2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처럼 본사는 미국 생산기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한국에서는 자산을 정리하고 있어, 두 시장에 대한 전략적 차별이 분명히 드러난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한국 정부와의 재정지원 협약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 철수설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GM은 201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8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며,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2종의 개발 및 생산을 약속하고 2027년까지 영업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8년부터는 이러한 계약에서 자유로워지는 만큼, 이후 GM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GM이 철수를 단행할 경우 약 3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자산 매각은 위기 상황에서 자주 발생하는 조치지만, 한국GM의 현 상황에서는 철수 수순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공장 물량 확대를 발표했지만, 실질적으로 수천 대 수준의 생산 확대만으로는 철수설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규 차량 투입 계획이 없는 한, 한국GM의 철수설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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