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소방대원 사망에 '부랴부랴'.."트라우마 치유 지원해야”

경남소방본부 고성소방서 소속 40대 소방관 A씨는 지난달 2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2022년 10월29일 서울 용산소방서 화재진압대원으로서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으며, 이후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참사 이후 대인기피,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강박 등 다양한 정신적 증상을 겪어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심각한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A씨가 신청한 공무상 요양은 불승인 처리됐다.
공무상 요양은 재직 중 발생한 공무 관련 질병이나 부상에 대해 지원과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로, 승인될 경우 치료비 지원과 최대 3년간 요양 기간 연장이 가능하며 퇴직 후 장해급여 신청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A씨의 신청에 대해 사건 발생 2년 후 초진을 받았고 개인적 사유가 더 큰 것으로 판단되며 공무와 상병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을 결정했다.
A씨는 2022년 참사 직후 서울 현장에서 다수 사망자의 시신을 운반하고 유족의 절규를 목격하는 등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2월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며, 당시 의사 소견서에는 "이태원 출동 이후 급격히 사람에 대한 기피와 실망감, 인생에 대한 회의감 등을 느끼며 생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족 측은 현재 A씨의 순직 신청을 준비 중이다.
또 다른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10일 가족과 지인에게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실종된 30대 소방관 박모씨는 열흘 만인 20일 경기 시흥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 역시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후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참사 직후 소방청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상담실’을 통해 8차례 심리 상담을 받았으며, 개인적으로도 4차례 병원을 방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이태원 참사 당시 투입됐던 소방관들은 다수의 사망자를 눈앞에서 목격하며 극심한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장 경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간 방치될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특히 공무상 요양 인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어려움과 시간이 걸리는 심사 과정은 소방관들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소방관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최근 들어 점차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소방청은 참사 직후 ‘찾아가는 상담실’을 운영하며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지원했지만, 공무상 요양이나 순직 인정 여부는 여전히 소방관 개개인의 신청과 심사 절차에 달려 있어 현실적 보호망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은 참사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들의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제도적 보호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리 치료 초기부터 공무상 요양과 순직 인정까지 일관된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소방관 개개인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참사 현장 출동 전후 상담, 장기 모니터링, 동료 지원 체계 등 다각적 접근이 요구된다.
정부와 소방당국은 최근 사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공무상 요양과 순직 인정 심사 과정에서 정신적 트라우마를 충분히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참사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관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소방관들의 정신적 후유증과 극단적 선택 사례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참사 대응 인력의 심리적 안전과 제도적 보호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참사 현장에서 목격한 충격적 장면이 한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촘촘한 지원 체계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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